이소윤 제주관광대 호텔관광과 교수·논설위원
제주는 오랫동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사계절 내내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지만, 오늘날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요구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단순한 풍경 감상이나 휴양에 머무르지 않고, 학습과 체험, 일과 여가의 조화, 그리고 디지털 전환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제 관광은 단순한 소비의 행위를 넘어, 지식과 창의적 경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속에서 교육부가 추진하는 RISE(지역혁신사업, Regional Innovation Strategy for Education) 사업은 보다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단순한 재정지원 사업이 아닌, 대학이 교정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와 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거점(Anchor Institution)으로 전환하기를 기대하는 국가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과 지역, 산업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내는 플랫폼적 전환이며, 이는 지역혁신과 지역 균형발전을 동시에 지향하는 커다란 실험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필자가 소속된 제주관광대학교 RISE 사업단이 출범시킨 런케이션 본부는 이러한 국가 전략을 관광산업에 접목한 실험이다. 런케이션(Learn + Vacation + Workation)은 휴식과 배움, 업무와 체험을 결합하는 새로운 관광의 모델로, 기존 관광 상품의 한계를 넘어서는 지식 기반 관광(knowledge-based tourism)을 지향한다. 관광객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학습자이자 창작자이며, 동시에 근로자로서 제주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창출한다. 이는 결국 관광을 단순 일회성 소비가 아닌 새로운 지식과 교육적 경험을 통해, 지속가능한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로 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주관광대학교의 런케이션 본부는 현재 다각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의 미식과 관광·문화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교육·연구·세미나 등을 통해 제주에서만 누릴 수 있는 삶의 향유와 정주 가능성, 청년 창업 등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며 실제로 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획 프로그램과 연구자와 산업체가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 워크샵 등의 실질적 계기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결코 대학만을 위한 제도와 시스템이 아니다. 이것은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 관광산업, 국가가 공동으로 설계하는 미래이자 사회적 약속이다.
제주관광대학교의 런케이션 본부는 그 약속을 실천하는 전진 기지로서, 제주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재구성, 제시하고 있다. 관광의 단순 소비적 성격을 넘어, 지역과 협업하며 교육+문화+체험이 순환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제시하는 실험의 최전선에 서 있는 것이다.
제주의 미래는 과거의 반복이 아닌, 새로운 체험과 교류, 지역과의 적극적 소통, 제주 미식과 문화의 새로운 재해석, 청년의 창업 환경 등이 어우러져 새로운 생태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비전과 바램은 이미 시작되었고, 제주는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공간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제주가 플랫폼 아일랜드로 도약할 때, 그것은 지역혁신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런케이션은 그 변화를 세계와 연결하는 힘이 될 것이다.
출처 : 삼다일보(http://www.samda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