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으로 뛰어든 다이버들이 일렬로 늘어섰다. 족히 수십미터가 돼 보이는 폐어망을 육지로 나르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함께였기에 가능했다.
지난 2일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해변 일대에서 열린 ‘2025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시민다이버와 함께하는 해양생태 변화 대응 프로젝트 숨이솟아’ 수중정화 활동의 풍경이다. 시민다이버들은 물 속으로 뛰어들어 방치돼 골칫거리였던 폐어망을 걷어내고, 수중에서 발견된 각종 쓰레기를 마대 안에 담았다.
무게가 만만찮은 폐어망을 들고 뭍으로 나올 때 환호가 터져나왔다. ‘이 날을 위해 그 동안 그렇게 노력했구나’. 그리고 되새겼다. ‘제주 바다를 위한 긴 프로젝트에 오늘은 하나의 시작점’임을.
2025년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은 다양한 민간, 공공의 주체가 협력해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사업으로 올해 4개의 실행 의제를 선정했다. 그 중 하나가 ‘제주 바다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 앞서 2024년 ‘제주 바다 문제 해결을 위한 공론화’ 사업 추진을 통해 해양오염, 해수 온도 상승의 심각성에 주목했고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하고 배포했고, 바다 쓰레기 투어를 운영했다. 작년 공론화로 시작된 사업은 올해 한 발짝 더 나아갔다.
해양생태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중환경 조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바다의 문제를 직면하는 해녀와 주민의 삶을 다룬 문화예술 콘텐츠 기획과 수중환경 전반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 실천에 나선 것. 이와 함께 진행되는 것이 이번 수중정화 활동이다.
시민들은 의미있는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함께했다. 모집된 17명의 시민다이버는 8월과 9월 다이빙 교육과 플로빙 실습 교육을 통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마침내 10월 2일 구좌읍 평대리에 실천을 위해 모였다. 환경 보호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플로빙 코리아가 교육과 현장을 이끌었다.
전장원 플로빙코리아 대표는 “해양이 익숙치 않은 분들을 대상으로 수중에서 좀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해양쓰레기를 줍는 과정을 만들어서 시민다이버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시민다이버들은 일회성 캠페인을 넘어 긴 호흡으로 해양생태계 회복에 동참하는 역할을 맡았다.
시민다이버 고주희 씨는 “굉장히 감동적이었다”며 “그물에 걸린 채 상처 난 물고기를 풀어주는 장면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평대리 해녀 고려진 씨는 “이런 행사들이 반복적으로 개최돼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딥블루 익스플로러와 제주소통협력센터는 구좌읍 평대리 등 지역의 해양생태계 변화를 연구·조사한 결과가 발표하게 되고, 제주한라대 학생들은 해녀가 마주한 제주 바다의 문제를 담은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작해 공개하는 동시에 제주의 바다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 활동의 전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송출한다. 다른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공통의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경북지역문제해결플랫폼과의 협력사업도 추진된다. 이를 바탕으로 제주 바다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가능한 프로젝트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이번 사업의 워킹그룹에는 공무원연금공단, (사)제주메세나협회, 제주관광공사,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제주한라대학교 RISE 사업단, 제주대학교 RISE 사업단, 제주관광대학교 RISE사업단, 제주공익활동지원센터, 제주특별자치도소통협력센터, (재)국제평화재단, 딥블루 익스플로러, 플로빙 코리아, 평대어촌계, 제주해양경찰서 총 14곳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