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고등교육 정책이 전환점을 맞았다. 교육부가 쥐고 있던 재정과 권한이 지역으로 이관되면서, 대학을 둘러싼 생태계는 각 지역이 스스로 설계하고 운영해야 하는 구조로 재편됐다.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 '라이즈(RISE)'는 학령인구 급감과 지방대학 위기, 수도권 집중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이다. 제주RISE 사업 출범은 단순히 대학 지원 차원을 넘어 지역의 생존 전략이자 미래 성장 전략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크다. [제주의소리]는 제주RISE센터의 설립과 의미, 각 대학별 전략과 과제 등을 5편에 걸쳐 다룬다.
제주RISE센터는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대학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공식 출범했다. 지역이 대학을 키우고 대학이 다시 지역을 키우는 선순환 모델을 구축해, 제주형 교육혁신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다.
오는 2030년까지 5년에 걸쳐 연간 500억원씩 총 25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지역산업과 연계한 인재양성과 연구혁신, 창업과 평생교육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체계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온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는 단순 지역 대학의 위기를 넘어 전국적인 과제가 된 지 오래다. 특히 산업구조가 관광과 1차 산업에 편중된 제주에서는 인재 미스매칭 문제가 고질적 고민거리로 지적돼왔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하고, 기업들은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현실이다.
기존 대학 차원의 정책은 교육부가 일괄적으로 사업을 기획·집행하면서 지역 실정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올해부터 시행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라이즈 사업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RISE란 'Regional Innovation System and Education'의 약자로, 지역혁신 중심 교육사업을 뜻한다. '떠오르다'는 의미를 지닌 영단어 'RISE'를 중의적으로 표현했다.
전국 광역지자체를 중심으로 일제히 시행된 라이즈 사업은 교육부 예산과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관해 지자체가 직접 지역 맞춤형 대학지원 전략을 수립·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교육부는 올해 전국적으로 2조원 이상을 라이즈에 투입했고, 제주에는 연간 약 5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배정했다. RIS, LINC3.0, LiFE, HiVE 등 기존 대학지원사업을 통합한 RISE는 단순 재정지원이 아니라 지역과 대학이 함께 성장하는 거버넌스를 세우는 데 방점을 찍었다.
제주RISE센터는 도내 RISE사업을 총괄 운영하는 전담 기관이다. 센터는 △프로젝트 및 단위과제 관리 △예산 교부 및 집행 모니터링 △성과 평가 및 우수사례 확산 △지산학연 네트워크 구축 △글로벌 연계 전략 추진 등을 핵심적으로 수행한다.
센터 운영은 제주도지사와 제주대 총장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제주RISE위원회가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기능한다. 위원회는 사업계획, 예산 배분, 성과 관리 등을 심의·의결하며, 지역 대학·산업체·연구기관 등이 협력기관으로 참여해 연계 협업을 강화한다. 특히 각 대학에 관한 사항을 협의 조정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센터 조직은 △기획운영부(혁신기획팀, 성과관리팀) △사업지원부(대학지원팀, 글로벌 K-교육·연구추진팀) 등 2개 부 4개 팀 체계로 구성됐다.
제주RISE사업은 '지역과 대학이 다함께 미래로, 빛나는 제주'를 비전으로 내세우고 △지역정주형 인재양성 △지·산·학·연 협력 생태계 구축 △직업·평생 교육혁신 △지역현안 해결 등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총 5개 프로젝트와 8개 단위과제로 구성됐다.
△현장 맞춤형 핵심인재 양성 △Study Jeju 해외인재 유치 △글로벌 K-교육·연구 런케이션 플랫폼 조성 △전략산업 생태계 육성 △인재-교육·연구-창업 연계 △국민 평생교육 및 직업교육 활성화 △대학 주도 사회혁신 △지역미래 의료·늘봄 혁신 지원 등이 주된 과제다.
이를 위해 올해만 총 416억원이 투입된다. 제주대학교는 '지역과 대학의 공동진화를 선도하는 지역혁신 대학'이라는 슬로건 아래 9개 단위 과제 267억원이 투입된다.
제주관광대학교는 관광과 식품 분야의 복합 교육관광 모델을 특화사업으로 운영하며 6개 단위 과제에 54억원을 들이고, 제주한라대학교는 인공지능 융합 자유전공을 운영하며 8개 단위 과제에 95억원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서로 상충되지 않는 분야에서 각 대학의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으로,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지역 내 3개 대학은 JOY(Joint One universitY) 컨소시엄을 결성해 교육 콘텐츠를 공동 운영하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RISE는 특정 대학 중심이 아니라 도내 모든 대학을 연계해 수요자에게 연결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2~3년이 지나면 협업이 더 활성화돼 도민과 학생들에게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RISE사업 가운데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과제는 글로벌 K-교육·연구 런케이션 플랫폼이다. 런케이션은 배움(Learning)과 휴양(Vacation)의 합성어로, 제주의 관광 인프라와 교육을 결합한 체류형 학습 모델이다.
제주대만 하더라도 이미 국내 15개 대학과 학점교류 협약을 맺었고, 미국 프린스턴대를 비롯한 해외 명문 대학들과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학생들은 계절학기 동안 제주대 기숙사에 머물며 수업을 듣고 학점을 취득하는데, 만족도가 높다. 이는 단순 교육체험을 넘어 정주 인구 확대와 지역 활성화 전략과도 연결된다.
지난 5월 제주에서 열린 APEC 교육장관회의에서 런케이션 비전이 소개되며 국제적 주목을 이끌어냈다. 제주도는 이 자리에서 계절학기·인턴십·연구자 체류를 결합한 런케이션 플랫폼 구축, 글로벌 석학 네트워크 공간인 '고등인재융합원'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 직접 자리한 교육부 차관은 "제주의 런케이션 모델이 말뿐인 계획이 아니라 실제 성과를 보여주고 있어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주체 간 신뢰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향후 라이즈 사업의 성공 열쇠라고 제언한다. 성과가 당장 눈에 띄지 않더라도 평생교육, 창업, 지역사회 혁신 등 체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RISE센터는 단순한 대학지원 전담기구를 넘어, 지역 혁신 생태계를 설계하는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교육과 연구, 창업과 평생학습, 돌봄과 복지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과제가 추진되는 만큼, 향후 5년간 성과가 제주의 미래를 가를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출처 : 제주의소리(https://www.jejusori.net)